[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섹시한 혁주가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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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면서도 시장 ‘노바디’는 “빙하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성경 속 노아가 방주를 짓듯 지하에 도시를 건설합니다. 그런데 정말 빙하기가 찾아옵니다. 시민들은 시장의 혜안에 눈물로 감사하며 지하도시 ‘언더그라운드’로 피신합니다. 인류는 멸망합니다.
서울 대학로의 아담한 ‘지하극장’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언더그라운드’는 이렇게 근미래의 암울한 지하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어쩐지 기시감이 듭니다. 관객들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창을 머릿속 모니터 위에 하나 더 띄우게 됩니다.

지하도시 마무리 공사에 나선 노바디 시장은 의문의 사고를 당해 더 깊은 지하로 떨어져 행방불명됩니다. 부시장이었다가 후임 시장이 된 여시장의 이름은 ‘메이컵’. 뻐드렁니 추녀시장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의 외모 가꾸기와 권력을 유지하는 일뿐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생존자들은 정식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정어리’라 불리며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7년 후면 시민이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살지만 감언이설이었을 뿐, 그들은 영원한 ‘비정규 시민’일 뿐입니다.

그런데 ‘춘’이란 정어리 여성과 ‘스위트 프링글스(후반에 스프링으로 이름을 바꿈)’라는 단짠단짠한 이름을 가진 성실한 남자 시민이 함께 하면서 언더그라운드에 ‘봄’이 오기 시작합니다.


18년 차 배우 혁주는 이 작품 출연진 중에서 가장 베테랑입니다. 본명은 최혁주. 뮤지컬뿐 아니라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죠. 노래도 연기도 강렬한 배우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들은 한결같이 개성이 강렬했습니다. 루나틱의 ‘굿닥터’, 이블데드의 ‘셰럴’, 인더하이츠의 ‘다니엘라’ 등이 모두 그랬습니다. 많이 웃겼고, 더없이 섹시했죠.

그런 혁주가 이번엔 완벽하게 망가졌습니다. 허리도 못 펴는 치매성 노인과 뻐드렁니 추녀시장의 1인 2역입니다.

“예쁘고 싶지 않은 여배우가 어디 있겠나. 그리고 충분히 예쁜 역할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우로서의 소명과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다. 쉬운 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남들이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성취감도 크다.”

혁주는 “처음 소극장에서 시작해서인지 고향에 돌아온 것 같다. 대극장보다는 소극장이 훨씬 더 재밌다”며 만족한 얼굴을 했습니다.

아마도 연출가(박단추)는 혁주란 배우가 가진 거부불능의 섹시함을 지우기 위해 하늘로 솟구치는 뻐드렁니와 가발이라는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작품의 마지막 팩폭은 힘이 셌습니다. 그놈의 뻐드렁니를 빼지 않았다면, 커튼콜에 나온 혁주에게 박수를 조금만 쳐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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